Other thoughts

회고 2

s.so 2024. 11. 30. 16:18

그러니깐 나는, 어쩌면 그렇게까지 간결하게 쓰고 싶지 않았던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내 모든 생각을 기록함으로써 기억해 버릴까 두려웠던 것이다. 어떤 생각은 그 시절의 일로 묻어두고 영원히 꺼내보고 싶지 않은 법이다. 특히나 그게 나의 과오를 상징하거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이 지상에 태어나 해보는 모든 것들이 처음인데, 어떻게 서투르지 않을 수 있을까. 설령 처음이 아니더라도, 서투른 마음에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이 관점에 있어 조금 더 관대해지기로 했다. 그래야만 나도 스스로를 용서하고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실수를 했다면, 그리고 그걸 인지했다면, 앞으로 그러지 않으리라고 굳게 다짐하고 실행하면 된다. 
내 대학생활에 단 한가지 후회가 있다면 나는 내 가장 큰 실수가 실수라는 걸 인지하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그래도 될 거라 생각했다. 물론 아주 조금은 남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결국 이 실수는 스스로를 향했으므로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에게 미안했다. 어렸던 나는 너무 오랜 시간을 영문도 모른 채 아파했다. 더 이상 아프지 않겠다라며 결연히 다짐을 하고 이곳에 왔건만, 낯설던 땅이 집이 될 때까지도 나는 괴로워했다. 

괴로워했던 시간만큼이나 오래 이에 대해 생각했으나 생각에 그치기만 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한번 말해보는 것이다. 네 잘못이 아니다. 지금 이렇게 더 큰 머리로 그때로 돌아간다 한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쯤 했으면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이미 한번 그럴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지 않았던가?
다른 것도 아니고, 스스로에게 미안할 일인데 그걸 계속 미안해하고 있으면 나아가지 못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제는 정말 그만 괴로워해도 된다. 
 
나는 완벽주의자적인 면이 강했다.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기준과 엄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인생에 있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들이 더러 있다. 그런 선택들에 있어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이런 나의 면들은 나를 지켜주기는 하였으나, 스스로를 향한 칼이기도 했음을 이제는 안다. 나를 아프게 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던 것이다. 해서 나는 스스로를 비롯한 모두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정말 미안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미안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이 자리를 빌려 말해보는 거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나도 미안했다고. 직접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마음은 가서 닿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바람같이 지나간 시간들이었다. 행복했고, 딱 그만큼 불행하였다. 눈물은 정말로 다 말라버려서 아마 웃기만 하며 돌아볼 일들이겠다. 후회나 미련 한점이 없다 하면 그건 거짓일테다. 되돌아간다면 달리 했을 일도 많다. 허나 내게 되돌아갈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한들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몇날며칠 밤을 세워 공부했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성적이나, 보고있자면 한숨만 나오는 내 학점도, 서툴고 또 서투르기만 했던 내 연애도, 많이 아꼈음에도 결국은 내가 손을 놓아버렸던 친구들도, 어린 마음에 저질렀던 많은 실수들도, 다 나의 최선이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나는 또 그 많은 시간 속에서 헤매고 있었구나. 또 아프기만 한 건 아니었는지. 가야 할 길이 어딘지도 모른 채, 딛고 서 있는 땅을 믿지 못한 채, 집이라 마땅히 부를 곳도 없이 또 방황만 한 건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하고는 이곳에 온게 엊그제 같은데 이리 글을 쓰고 있는 지금조차도 어쩌면 난 방황하고 있으니, 나의 청춘은 위태롭고 불안하기만 하다. 그렇지 않은 척 버텨온 세월들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그러하다. 

다만 이제는 괜찮을거라는 말로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려 한다. 아마 괜찮지 않을 것이다. 분명 또 무너질 테고, 또 좌절할 테고, 또 방황할 것이다. 모든 게 지긋지긋해져 도망쳐버리는 일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내 편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품에 기대어 울어보기도 할 것이다. 허나 이 또한 분명 시간이 해결해 줄 거란 걸 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명 다시 일어날 테고, 방황 끝에 나의 길을 찾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깐 지금 내 앞에 놓인 수만갈래의 길을 나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견뎌낼 것이다. 다시 무너지겠지만, 다시 일어설거다. 나는 앞으로도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던 찰나들로 많은 슬픔과 고통을 이겨낼 것이다.
 
고생 많았고 수고했다.
그리고 정말 미안했다. 아마 평생 그럴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그래도 앞으로는 조금만 더,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더 행복하고 덜 고생했으면 싶다. 
조금 덜 노력하고 덜 절박하고 덜 간절하고 싶다.
많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노력끝에도 좌절하는 일이 덜했으면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마음이 너무 큰 욕심이 아니길 바래본다.

그렇게 너무 늦지는 않게 나의 20대도 끝나 있기를 바라며, 지금까지의 나의 회고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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