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이제 슬픔은 기쁨에게 알려주려 한다
슬픔이 무언지
기쁨의 사랑보다 더 무거운 슬픔을
평등하지 못했던 기쁨의 웃음은 누굴 향했던가
눈물을 흘릴줄 모르기에, 이기적이기에,
기쁨은 기쁨이었던가
하늘에서 내리던 함박눈은 기쁨을 위했던가
봄눈이 내리고서야 슬픔은 기뻤던가
눈이 그치면 기쁨은 슬픔을 알겠지만
슬픔은 기다림을 알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