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살아서 좋았다살아서 행복했다스물셋의 내가 비로소 열일곱의 내게 해줄 말이 생겼다길고 긴 시간이 지나서야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음이 슬프지 않다. 사는건 그래도 분명 아름다운 일이었다바람 부는 날, 비오는 날 있겠지만 세월이 이긴다세월이 이겼다. 드디어 세월이 이겼다이렇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들을 지새웠는가내게 사는건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사는게 좋다고 말하는 지금의 내게도 돌아가고 싶은 날들이 있다.바꾸고 싶은 선택들이 있고, 미련한 후회들이 존재한다. 허나 돌아가기엔 단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다그러니 나는 지금이 좋다. 더 없이 행복하다 살아서 소금이를 만났고살아서 아빠와도 좋게 지내보고살아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였고살아서 사랑의 희노애락을 알았고 살아서 불행하고 행복했다 이렇게 ..